물을 피아노로 옮기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리스트가 《에스테 장원의 분수》에서 했고, 그 전에도 흐르는 물을 그린 피아노 곡은 있었다. 라벨이 1901년에 쓴 이 곡은 그 계보 위에 있으면서 한 걸음 더 간다.
악보 맨 앞에 앙리 드 레니에의 시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물에 간지럼을 타며 웃는 강의 신, 이라는 내용이다.
드뷔시보다 먼저였다.
드뷔시가 물을 다룬 피아노 곡 《물에 비친 그림자》를 쓴 것은 1905년이다. 라벨의 이 곡보다 네 해 뒤다. 두 사람 사이에는 누가 먼저였느냐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고, 라벨은 자기가 앞섰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 했다. 당시 평론가들이 라벨을 드뷔시의 아류로 묶어 다루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 피아노는 타건 악기가 아닌 것처럼 쓰인다.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건반 위를 스치는 것에 가깝다. 아주 높은 음역에서 빠른 음형이 흩어지고, 페달로 그것들을 뭉쳐서 울린다. 개별 음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덩어리가 들린다.
화성에서도 전통적인 해결을 피한다. 긴장이 생기면 풀어야 한다는 규칙 대신, 화음을 소리의 색으로 쓴다.
물은 어디로 흐르지 않는다. 떨어지고, 튀고, 다시 모인다.
라벨은 당시 파리 음악원 학생이었다. 로마 대상에 여러 번 도전했다가 번번이 떨어졌고, 그 일이 뒤에 음악원을 흔드는 추문이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이미 이런 곡을 쓴 사람을 떨어뜨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