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왈츠

장 시벨리우스 · Op. 44 No. 1 · 1904 · Valse tri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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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연극 음악의 한 토막이다.

1903년, 시벨리우스는 처남이 쓴 희곡 《쿠올레마》, 핀란드어로 죽음이라는 뜻의 연극에 음악을 붙였다. 그중 첫 장면에 쓰인 것이 이 왈츠다.

무대 위의 장면은 이렇다. 한 여자가 병들어 죽어 가고 있다. 아들이 곁을 지키다 잠든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손님들이 방 안에 모여들고, 그 사이에서 음악이 빨라진다.

마지막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문이 열리고 죽음이 서 있다. 그는 죽은 남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자는 그와 함께 춤을 추고, 거기서 쓰러진다.

그 장면을 알고 들으면 이 곡의 어색한 지점들이 설명된다. 왈츠인데 박자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 템포가 들쭉날쭉하고, 선율이 머뭇거리다 갑자기 밀고 나간다. 멀쩡한 춤곡이 아니라 헛것을 보며 추는 춤이기 때문이다.

시벨리우스는 이 곡을 따로 떼어 출판했다. 그리고 그는 판권을 헐값에 넘겼다.

곡은 유럽 전역에서 크게 유행했다. 악보가 수없이 팔렸고 편곡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처음 받은 돈 외에 거의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평생 돈 문제에 시달린 그에게 이 일은 두고두고 뼈아픈 사례로 남았다.

죽어 가는 사람이 추는 춤의 음악이, 작곡가를 가난하게 둔 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