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가 스물아홉에 쓴 곡이다.
아라베스크는 원래 건축 용어다. 이슬람 건축에서 벽을 덮는, 끝없이 이어지며 감겨 올라가는 덩굴 무늬를 가리킨다. 시작도 끝도 분명하지 않고, 어디가 중심인지 집어내기 어렵다. 19세기 유럽은 그 말을 가져와 음악과 문학에도 썼다.
제목이 곡의 생김새를 설명한다. 선율이 어딘가로 가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올라갔다 내려오고, 감겼다 풀리고, 다시 비슷한 자리로 돌아온다. 목적지가 없는 움직임이다.
다만 이 곡에는 나중의 드뷔시가 아직 없다.
화성은 제 갈 길을 얌전히 간다. 긴장이 생기면 풀리고, 예상한 자리에 도착한다. 그가 십 년 뒤에 깨뜨리게 될 19세기의 문법이 여기서는 그대로 지켜진다. 《목신의 오후》도 《바다》도 아직 한참 멀었다.
시작부터 들리는 것은 리듬의 어긋남이다. 오른손이 셋씩 묶어 움직이는 동안 왼손은 둘씩 묶어 간다. 두 손이 같은 박 위에 있지만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쪽에 발을 맞춰야 할지 애매한 상태가 계속된다.
이것이 그가 평생 쓰게 될 방법의 초기 형태다. 뚜렷한 박자를 흐리는 것, 음악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초기작을 듣는 재미는 그런 데 있다. 나중에 분명해질 것이 아직 흐릿하게 섞여 있는 상태.
드뷔시 본인은 초기작들을 대체로 못마땅해했다. 이 곡에 대해서는 특별히 남긴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