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클로드 드뷔시 · L. 68 · 1890 · Rev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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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는 이 곡을 부끄러워했다.

1890년, 스물여덟 살의 그는 돈이 급했다. 악보를 팔아 생활하던 시기였고, 출판사 프로몽에게 몇 곡을 헐값에 넘겼다. 그중에 이 곡이 있었다.

십육 년이 지나 출판사가 이 곡을 다시 찍겠다고 알렸을 때, 드뷔시는 편지를 보내 말렸다. 급하게 쓴 형편없는 작품이고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판권은 이미 넘어가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그 곡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말은 해 두고 싶다.

그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이 곡에는 훗날 그를 드뷔시로 만든 것들이 아직 없다. 화성은 제 갈 길을 얌전히 가고, 선율은 예상한 자리에 도착한다. 그가 깨뜨리려 한 19세기의 어법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아이러니는 그 다음이다. 이 곡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작곡가가 세상에서 지우고 싶어 한 악보가, 많은 사람이 그를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된 것이다.

들으면서 한 가지를 가늠해 볼 만하다. 이 곡이 정말 형편없는가, 아니면 자기가 지나온 자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의 평가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