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는 1890년 무렵 네 곡으로 된 모음곡을 썼다. 그런데 출판은 1905년에야 이루어졌다. 십오 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그는 자기 음악을 한 번 갈아엎었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썼고,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썼다. 1890년의 드뷔시와 1905년의 드뷔시는 다른 사람에 가깝다.
출판 직전에 그는 악보를 손봤다. 이 곡의 제목도 그때 바뀌었다. 원래는 《감상적인 산책》이었다.
새 제목은 폴 베를렌의 시에서 왔다. 모음곡 전체의 이름인 "베르가마스크"도 같은 시의 한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베를렌의 시 속 달빛은 낭만적인 배경이 아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정원에서 춤추고 류트를 뜯는데, 그들의 노래는 즐거워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 위로 달빛이 무심하게 쏟아진다. 시는 아름다움과 공허가 겹쳐 있는 장면을 그린다.
첫 마디의 화음은 어디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놓여 있다가, 다음 화음으로 미끄러진다.
19세기 화성에서 화음은 긴장과 해결의 관계로 묶인다. 어떤 화음이 울리면 다음에 와야 할 자리가 거의 정해져 있다. 드뷔시는 그 인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화음이 다음 화음을 부르지 않고, 색처럼 나란히 놓인다.
끝까지 들으면 알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이 곡은 크게 고조되지 않는다. 중간에 물결이 높아지는 대목이 있지만 오래가지 않고, 다시 처음의 조용함으로 돌아온다.
드뷔시 본인은 "인상주의"라는 딱지를 몹시 싫어했다. 그는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분류하는 평론가들에게 짜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