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이 곡에 《환상곡풍 소나타》라는 제목을 붙였다. "월광"은 그가 죽고 5년쯤 지나, 어느 평론가가 1악장을 루체른 호수의 달빛에 비유한 데서 나왔다. 비유가 제목을 밀어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제목이 곡을 반쯤 가린다는 것이다. 달빛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떠올리게 되는데, 악보에 적힌 지시어는 그보다 어둡다.
Adagio sostenuto — 느리게, 음을 끌어서
그리고 베토벤은 한 가지를 더 적어 두었다. 댐퍼 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로 곡 전체를 연주하라는 것이다. 그가 쓰던 피아노에서는 울림이 자연히 잦아들었지만, 현대 피아노에서 그대로 하면 소리가 뭉개진다. 연주자마다 이 지시를 어디까지 따를지 결정해야 한다. 같은 악보인데 연주가 서로 다르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소나타가 세 악장짜리라는 사실도 자주 잊힌다. 1악장만 떼어 듣는 습관이 굳어서다. 3악장은 1악장과 같은 곡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사납다.
곡이 헌정된 상대는 열일곱 살의 제자 줄리에타 귀차르디였다. 베토벤이 그에게 마음을 두었던 것은 편지로 남아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는 이듬해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