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8년 겨울, 쇼팽은 마요르카 섬에 있었다.
조르주 상드와 그의 두 아이와 함께였다.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나면 건강이 나아지리라 기대했는데 정반대였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궂었고, 쇼팽은 각혈을 했다. 결핵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집주인은 그들을 내쫓았다. 네 사람은 산속의 버려진 수도원으로 옮겨 갔다.
그곳에서 쇼팽은 전주곡 스물네 편을 마무리했다. 모든 조성에 하나씩, 바흐가 《평균율》에서 했던 것과 같은 설계다.
15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음이 반복된다. 멈추지 않는다.
상드는 훗날 회고록에서 이 곡에 얽힌 장면을 적었다. 비 오는 날 약을 구하러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니 쇼팽이 피아노 앞에서 넋이 나가 있었고, 자기들이 죽어서 물에 빠지는 환영을 보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곡이 되었다고 썼다.
쇼팽은 그런 해석을 싫어했다. 상드 본인도 그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냈다는 말을 완강히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빗방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금까지 남았다.
쇼팽은 스물네 곡에 번호만 매겼다. 제목을 단 곡이 하나도 없다.
중간부에서 반복되던 그 음이 반음 아래 이름으로 바뀐다. 건반 위에서는 같은 자리인데 조성이 뒤집히면서 소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밝던 것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같은 음을 계속 치는데 그 의미가 중간에 바뀐다. 빗방울이든 아니든, 떨어지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