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초연은 실패했다.
1877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평이 나빴다. 안무가 시원찮았고, 무용수들은 이 음악이 춤추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당시 발레 음악은 무대 장치에 가까웠다. 춤을 받쳐 주는 반주면 충분했고, 교향곡처럼 짜인 음악은 거추장스럽다고 여겨졌다.
차이콥스키는 이 곡이 실패작으로 남은 채 1893년에 죽었다.
지금의 명성은 그가 죽은 뒤에 시작됐다. 1895년, 페테르부르크에서 프티파와 이바노프가 안무를 새로 짜서 다시 올렸다. 그 무대가 성공하면서 작품이 되살아났고, 오늘날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는 대부분 그 1895년 판본을 바탕으로 한다. 음악도 그때 순서가 바뀌고 일부가 더해졌다.
이 곡 《정경》은 2막이 시작될 때 나온다. 호수에 달이 뜨고 백조들이 물 위로 나타나는 장면이다.
오보에가 선율을 분다. 그 아래에서 하프가 물결처럼 뜯고, 현이 떨린다. 오보에는 관현악에서 가장 사람 목소리에 가까운 악기 중 하나로 꼽힌다. 호소하는 듯한 소리가 난다.
선율은 단조로 시작해 끝까지 단조로 남는다. 백조가 된 공주의 노래이고, 마법에 걸린 상태의 노래다.
발레를 본 적이 없어도 이 선율은 안다. 그런데 정작 이 곡이 처음 올랐을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차이콥스키는 생전에 자기 발레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끝내 보지 못했다.